딸에게
나는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닌데, 가장 가까웠던 친구 두 명의 딸들이 내 딸하고 동갑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주 평화로웠다. 학교에 들어가고, 시험성적이 나오면서부터 자랑은 시작됐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일 년에 네 번. 두 친구는 빼먹지 않고 자기 딸들의 성적을 자랑했다. 그러고 싶을까? 내가 자랑 안하고 있으면, 아, 쟤 딸은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하나보다, 하며 좀 자중할 것도 같은데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정말로 자기 딸들의 좋은 성적에 같이 기뻐해준다고 믿었을까? 그러나 분명한건, 나는 그다지 배아프지도, 부럽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안 시켰으니 잘하기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공부 잘하기를 간절히 바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었고, 무엇이 돼도 상관없었다. ..
일상사
2022. 10. 19.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