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닌데,
가장 가까웠던 친구 두 명의 딸들이
내 딸하고 동갑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주 평화로웠다.
학교에 들어가고,
시험성적이 나오면서부터 자랑은 시작됐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일 년에 네 번.
두 친구는 빼먹지 않고
자기 딸들의 성적을 자랑했다.
그러고 싶을까?
내가 자랑 안하고 있으면,
아, 쟤 딸은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하나보다,
하며 좀 자중할 것도 같은데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정말로 자기 딸들의
좋은 성적에 같이 기뻐해준다고 믿었을까?
그러나 분명한건,
나는 그다지 배아프지도,
부럽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안 시켰으니
잘하기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공부 잘하기를
간절히 바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었고,
무엇이 돼도 상관없었다.
다행히 딸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6살때 재능을 보였다.
딸도 그림그리는 사람은 다 화가인줄로 알고,
화가가 꿈이었다.
내가 아는 한, 꿈이 변한 적은 잠깐도 없었다.
살다보니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공부를 잘해도
꿈이 없는 애들이 더 많았다.
친구 딸들의 성적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이유는,
높은 성적이 딸에게 꼭 필요했던건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보다는 그림에 대한 재능이 더 필요했고,
그 애들보다는 더 나았으니까.
한 아이는 연세대 영문학과에 들어갔다.
괜한 자랑질은 아니었던 셈이다.
내 딸은 내세울만한 대학은 아니어도
미대에 진학했다.
그냥 갈길이 다른 것 뿐이다.
다른 영혼이고, 다른 삶을 살아갈 아이들인데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인가.
나는 지금도
내 아이들이 스스로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무엇을 해도 되고,
그 무엇이 되도 상관없으니
눈치보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그냥 살아가라고 말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너의 자리가 있다.
그곳을 찾아가라.
니가 하고싶은 것을 찾아라.
남들의 기준에 신경쓰지 말고,
너의 마음을 좇아가라.
마음껏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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