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기 시작한 커피나무
정리하러 갔던 집에 아기 손바닥만 한 커피나무가 있었다. 콩나물보다도 줄기가 가늘었다. 보아하니 고객은 화초를 키울 줄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죽지도 않아서 여태 생명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 정리를 마치고 나서, 내가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고객은 너무 잘됐다, 싶은 표정으로 그러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데려오고 나서도 커피나무는 자라지 못했다. 2년이 넘도록 그냥 그 모습이었다. 죽어가던 식물도 살린다는 이상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나는 무안해지고 말았다. 마법에 걸린 듯 성장이 멈춰버린 커피나무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안쓰러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3년이면 줄기도 굵어지고, 잎도 무성하여 누가 봐도 나무다 싶게 자라야 정상이라니, 더 애처로운 것이었다. 어느 날, 화분갈이를 하는 김에 남는 화분에..
수필
2023. 7. 12.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