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죽음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어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사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때가 많으니 말이다.
다만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한 상태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할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남긴 물건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생각해보자.
그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물건이 있다면
지금 나누어 주라.
우리가 죽은 뒤에 유품이
어떻게 처리되길 바라는지
가까운 식구들에게 정확히 얘기해두자.
다만 이때 그 물건들을
정성껏 간직해달라는 부탁은 하지 마라.
그것은 자신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
어려서부터 어르신들이 편하더니
지금도 가장 소중한 친구는 어르신들이다.
70대 한 분, 80대 한 분.
*** 7학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
집에 가서 엄마가 쓰던 물건을 보게 되었단다.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에
언제부터 준비를 하고 계셨던 건지는 모르지만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단다.
이분은 생각했단다.
‘이렇게 죽어야 하는 거구나.’
지금도 자신의 의지대로
정갈한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다.
좋아하는 재질과 스타일의 옷 적당히.
친구들 놀러오거나 자식들 다 모이면
사용할 만큼의 식기와
언제 누가와도 한 끼는 충분히 대접할 정도의
반찬이 들어있는 냉장고.
좋아하는 화분들.
수 십 년 동안 취미로 만들어 모은 한지공예품들.
좋아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데
욕심 때문에 갖고 있는 물건은 없지 싶다.
*** 8학년 친구는
80이 넘어도 심신이 이렇게 건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시는 분이다.
이 분 역시 비우고, 정리하는 삶을 실천하신다.
10년 전 쯤.
내가 정리수납전문가가 되기 전이었다.
도미니크 로로의 정리법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정리가 단순이 생활의 테크닉이 아니라
삶의 철학문제라는 걸 깨닫는 중이었다.
정리는 손이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하는 일이었다.
그 당시 한 동네에 살았던 이 분도
도미니크 로로의 책을 읽으며
배운 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배울 점이 많은 어르신인데
같은 작가의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있었다니
더없이 반가웠다.
그때부터 그분이 어떻게 정리를 해나가는지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드렸고,
내가 정리수납전문가가 되고 나서는
주방정리를 도와드렸다.
옷은 최소한만 남기셨다.
수 십 년 사용해 손 때 묻은 식기들도
미련 없이 처분하셨다.
옛날 물건 좋아하는 나는
그 중 몇 개를 챙겼고,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다.
지하실에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있었던
각종 효소, 장아찌들도 다 비우셨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담그지 않으신다.
얼마 전에 가보니
집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커다란 나무
수십 그루도 모조리 베어지고 없었다.
처음 그 동네로 이사 들어갔을 때
이 댁은 동네 끝에 있는데다가
느티나무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았었다.
외딴섬 같은 집이었다.
지금은 모든 걸 걷어내셨다.
괜한 근심걱정도 안하시고,
모든 문제에 해답을 빨리 찾아내신다.
삶에 대한 철학도 분명하고,
건강도 잘 챙기고 마음도 잘 챙기신다.
본인은 물론이고
치매에 걸린 남편까지도 완벽하게 케어하신다.
나는 이분들을 통해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는 삶을 배운다.
나도 누군가가 배울 게 있는 삶이기를,
본보기가 되는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 경기, 인천
정리해 드림
010-7221-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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