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수납 업체는 복불복

제가 정리 일을 시작했을 때,
한 업체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8년 전만 해도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였지요.
포털사이트에
'정리수납업체'라고 검색하면
상위에 뜨던 업체였어요.

그게
일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건만,
고객들이 선택할 확률은
확실히 높아집니다.

일정이 잡히면
팀원 섭외를 하는데
이들의 솜씨는 제각각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불복이지요.

정리 마인드가 확실하게 있어서
직원들을 잘 이끄는 대표라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제가 몸담았던 업체의 경우는
주먹구구, 중구난방이었습니다.

한때 저의 팀원이었던 어떤 분은
정리를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일도 아닌데
어쩌다가 하게 된 경우였습니다.

그분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셨지만,
이 업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분들이
정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 업체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여러 명이 해야 할 일을
두 명이서 할 때였습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작업량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보내는 경우도 있었지요.

대표가 고객과 전화로 상담을 하면서
견적을 내는데,
고객이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면
무조건 인원을 줄이는 겁니다.
고객은
일단 비용이 줄어드니까
좋다고 하는 거죠.

적은 인원으로 일을 끝낼 수는 있지만,
충분한 인원이 투입됐을 때랑
정리의 완성도가 다릅니다.
고객의 만족도도 달라지겠지요.

안방 정리를 신청하신 고객댁에
혼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안방만 정리하고 싶다고 하셨으니,
저 혼자 보낸 거였고
저도 아무 걱정 없이 들어갔지요.

(이 업체는 사전에
고객에 대한 정보 즉, 물건의 양이나
요구사항 같은 걸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ㅠㅠ)

도착해서 보니
옷장 안에 옷 한가득 쌓여있고,
맞은편 벽에 꽉 차게 설치된 행거에도
옷이 빽빽하게 걸려있고,
방문 옆의 벽에도 행거와 옷,
방 한가운데도
이동식 행거가 두 개 있고,
옷이 잔뜩 걸려있습니다.

옷장 서랍에는
스카프만 몇 백 개가 들어있더군요.

세네 명이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

고객님은 정리서비스받기로 결심하셨으면
돈을 더 투자해서 완벽하게 정리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대표는 고객 하나 더 잡으려고
무리하게 견적을 낸 건데
본인은 손해 보는 거 없을 테지만,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될 일이지요.

일하는 직원을 생각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제가 정리를 아무리 좋아해도
이런 날은
그냥 '막노동꾼'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 입는 옷을 많이 뺐지만
티도 안 날 만큼 옷이 많았지요.

그래도 종류별로 구분해서
잘 걸어드렸습니다.

꼼꼼하고 세심하게는 못 해 드려도
손은 다 갔고,
옷무더기와 함께 쌓여있던
먼지도 제거했고,
방에 신선한 공기가 순환되게끔은
해드렸답니다.

손발 잘 맞는 분으로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재미있게 일했을 것 같네요;)

같은 평수라도
집집마다 물건의 양이 다르니까
작업 인원을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최대한 적당하게 맞추려고
노력할 뿐이죠.

고객님의 시간만 허락한다면
이틀 정도로 나눠서
서비스받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좀 더 차분하게
집중해서 진행할 수 있거든요.

하루 정리해 보면
남은 양을 정리하는데
몇 명이 더 필요할지가
더 정확해지거든요.

견적을 낼 때
집 내부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면
참고로 합니다.

전체샷은
집 구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진이 많을수록 좋겠지요.
동영상을 찍어도 좋고요.

어느 고객님은
본인이 서비스를 받으시고
너무 좋아서
따님한테 권하셨어요.

따님도 마음은 굴뚝같은데
엄두가 안 난다고 하시네요.

고객님은 엄두를 안 내셔도 됩니다^^
사용할 건지 배출할 건지
그것만 판단하시면 됩니다.

서비스받기로 결단만 내리시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갈함을 맛보시게 될 거예요^^

서울, 경기, 인천
정리해드림

010. 7221. 3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