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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는 有의 用이 된다.

정리수납

by 정리 dreamer 2024. 6.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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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폭 수레살은
텅 빈 바퀴구멍이 있어야
그 가운데 축을 넣을 수 있다.
그래야 수레가 수레 구실을
할 수 있다.

진흙을 이기어
그릇을 만드는 데는
그 텅 빈 그릇 안이 있어야
그 속에 물건을 담을 수 있다.
그래야 그릇이 그릇 구실을
할 수 있다.

문과 창을 만들어
방을 들이는 데는
텅 빈 방안이 있어야  
가구를 넣을 수 있다.
그래야 방이 방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有가 有인 까닭은
無가 쓰이게 되기 때문이다.

-노자 <도덕경> 중에서

바퀴가 제 구실을 하려면
바큇살 끼울 텅 빈 공간이
필요하고,

그릇이 제 구실을 하려면
그릇 안의 빈 공간이
있어야 하고,

방이 제 구실을 하려면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그릇의 모양만 감상하지만,
그릇의 본질은
외부로 드러난 모양이 아니고

그릇이 품은 텅 빈 공간이다.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무언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의 본질은
무엇으로 지었는가에 있지 않다.
문과 창이 품은 빈 공간이
집의 본질이다.
빈 공간이 있어야
집의 기능을 한다.

집은 거하는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쉼이 있는 공간은
여유 있게 비어 있어야 가능하다.
비싼 물건으로
가득 채운다고 "좋은 곳"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비싼 액세서리도
절제해서 착용해야 아름답다.
무절제하게 주렁주렁 걸고 끼면
품위 없고 추해보일뿐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비싼 물건으로 가득 채운 집도
추해보일 수 있는데,

쓰레기로 가득 채워진 집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A는 정리정돈의 개념이 없어서
그저 청소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강하게 설득하여
정리서비스를 받기는 했지만,
내내 회의적이었다.

곧 원래대로 될 건데
굳이 돈 들여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A의 집은 그의 생각대로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물건으로 가득한 집이 되었다.

집이 품을 수 있는 물건의 총량은?
정답은
한계가 없다,라는 것이다.

아주 좁은 집에서도
몇 톤 분량의 쓰레기가 나오기도 한다.

각자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은 따로 있나 보다.

쾌적함을 느끼는
집의 상태도 각자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좋다.
모든 물건이 어딘가로
자리 잡고 들어가는 게 목표다.

호텔과 같은 상태라면
더없이 좋겠다.

의미 없는 물건에
나의 공간을 내어주고 싶지 않다.

물건의 홍수인 시대.
가진 걸 자랑하는 세상.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만

무엇을 갖지 말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더없이 풍요롭지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행복한 사람은 드문, 이상한 시대.

남과의 경쟁, 비교를 내려놓고
자신이 언제 평안함을 느끼는지
생각해 본다면

의외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않는 상태에
답이 있음을 알 것이다.

있으려면
없어야 한다.

쉼이 있으려면
욕망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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