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카트에 물건을 담던 여자가 옆의 남자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팬트리에 먹을 게 가득 채워져 있어야 기분이 좋아.’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이들만 그럴까. 지금까지 정리했던 집들의 90% 이상은 먹을 게 넘쳐났다. 냉장고에는 얼마나 많은 음식이 쌓여있는가. 정리서비스받을 때가 아니면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들을 다 꺼내볼 일이 없을 것이다. 놀랄 만큼 많은 먹거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이사 온 집에는 냉장고 있던 자리의 마룻바닥이 살짝 내려앉았다. 냉장고의 상태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나는 길어야 3일 안에 다 먹을 만큼만 사는 편이라 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먹을 게 너무 많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
수필
2024. 1. 19. 19:56